산허리로 무심히 넘는 해를 등에다 지고 동쪽으로 길이 뻗은 신작로 위로 흘러내리는 오렌지빛 놀 속에 물들며 물들며 순이는 걷는다.
저 해에 희망을 붙이고 살아오기 무릇 일 년이었다. 앞으로 기다릴 저 해가 아니었던들 자기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는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다가 순이는 또 문득 걸음을 세운다. 대체, 가면 어디까지 가자고 해도 넘어가는데 젊은 계집년이 무작정으로 이렇게 걸어만 가는 것인가.
‘오긴 무에 온다구, 죽었을걸…….’
계용묵
본명은 하태용이며 1904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났다.
휘문고보를 거쳐 1928년 일본에 건너가 토요대(東洋大學) 동양학과를 수학하였다.
1920년 소년지 「새소리」에서 시 「글방이 깨어져」가 2등에 , 1925년 시 「부처님, 검님 봄이 왔네」가
「생장」의 현상문예에 당선되었다.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1927년 「조선문단」에 소설 「최서방」이 당선된 이후이다.
이후 「인두지주人頭蜘蛛」,「백치 아다다」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다.
1938년 「조선일보」출판부에 근무하였으며, 1943년에는 일본 천황 불경죄로 2개월간 수감되기도 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인두지주人頭蜘蛛」,「백치 아다다」,「병풍에 그린 닭이」,「별을 헨다」,「청춘도靑春圖」,「신기루蜃氣樓」
,「장벽障壁」,「물매미」,「목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