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 저 | 붉은나무 | 1,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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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아무리 형의 집이라고는 해도 이태씩이나 끊었던 발을 들여놓자기는 여간쑥스러운 게 아니다. 꾹 마음을 정하고 오긴 온 길이로되, 막상 대문을 맞닥뜨리고 보니 발길이 문턱에 제대로 올라가질 않는다.
그것도 멀리 떠나 있어서 서로 그립던 처지 같았으면야 이태 아니야 이십년이 막혔다 치더라도, 아니 그랬으면 오히려 반가운 품이 좀 더 간절할 것 이련만, 이건, 아래윗동네에서 고양이 개 보듯 서로 등이 걸려 지내 오던 처지다. 이제 그 형이 이 동생을 맞아 줄 리 없을 것 같다.